오자기일기
물들이 빛나네 ㅡ 본문
비바람에 창밖 토란이
코끼리 귀 같은 잎을 펄럭이네
토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꿈속까지 미끄러져 오네
창을 열어두고
잠이 든 어느 여름이었네
방바닥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있었네
토란 뿌리까지 내리는 비가
방바닥에 스며 솟구친 것이었네
장판을 걷자 점점 더 많은 빗물이
시멘트 위로 뿜어져 올라오네
토란이
쉴 새 없이 창을 턱턱 치네
그 거리에서도
바닥에 바다가 살았네
부글부글 솟아나는
물들이 빛나네
ㅡ박형준, 물들이 빛나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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