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다시 여름산 ㅡ 본문
그 여름 한 산이 무너졌다
부서진 산의 파편들이 나를 지나며
흙 속에 얽힌 뿌리며 갈퀴넝쿨의 음표를 내게 던진다
오늘 내 계곡에 풀이 자란다
산이 소리치며 흘러간 벼랑에서
다시 산이 될 듯 우거지지는 나의 숲
우렁우렁 현을 고르는 저 침묵들
내게 술잔은 그대로이고
테이블도 의자도 얌전한 오늘 저녁
턱밑까지 뻗어오는 뜨거운 무리들
부서지며 부풀어오르는 이 붉은 흙
그때 그 노래다
폭발하는 초록들이다
ㅡ정복여, 다시 여름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