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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모, 새벽1 ㅡ 본문

정한모, 새벽1 ㅡ

난자기 2020. 7. 24. 14:42
새벽은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새벽은 홰를 치는 첫닭의
울음소리도 되고 느리고 맑은
외양간의 쇠방울 소리
어둠을 찢어 대는
참새 소리도 되고
敎會堂의 鐘소리
始動하는 액셀러레이터 소리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되어
울려 퍼지지만
빛은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電光처럼 달려와 막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결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선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들을
씻어 내어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豫感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以前의 生命이 되어
混沌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暗黑의 壁에 閃光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豫感하는
눈만이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光源이 된다

 

ㅡ정한모, 새벽1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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