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백난작, 음모 ㅡ 본문
먼 바다에는 늘 음모가 있다
음모는 대륙을 도모하는 것이다
쓰러뜨리는 것은 바람이고
쓸어버리는 것은 비다
쓸려오는 가을에
쓰러진 개집을
다시 잘 쓰러지게 고쳐놓고
산들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허리꺽인 코스모스를 증오하자
바이러스를 증오하는가
그대
그것은 음모가 아니다
가을야구의 전광판 옆 독사를 보라
그들은 어느틈엔가 그대를 칭칭 휘감고 있다
도시의 밤거리
어둠을 밝히는척 빛을내는 바벨탑
저 썸듯한 괴물, 리워야단을 보라
거기 붙어 죽어가는 시체들은
영혼까지 죽어 너풀거린다
안락과 욕망을
누런 종이쪽지로 바꿔주는 곳
그들의 파라다이스
유행의나라, 광고의 나라
아름다운 나라
무너진 가을너머로
다시 눈보라가 밀려오면
음모를 지우고 맞을 일이다
은밀한 곳에서 움튼 터럭
"음모"를 밀어내고
알몸으로 서자
알몸으로 맞아야 음모없는 겨울을 안다
음모없는 겨울은 춥지만 아늑함이 있다
아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아름다운 나라다
ㅡ백난작, 음모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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