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원근법, 권경인 ㅡ 본문

원근법, 권경인 ㅡ

난자기 2020. 11. 14. 21:16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닿아버리는
목적지는 싫다
허기진 밤길 오래 걸어
행복도 열정도 제 몫의 것만
제 품속에 거두며
허공에 온몸을 담그고
서 있는 나무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법이다
이미 많은 걸 깨달아
단순해진
숲에
비 내리고
까맣게 바람 분다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ㅡ권경인, 원근법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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