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당나귀에게서 귀를 빼면 뭐가 남나. 성선경 ㅡ 본문
대구뽈떼기찜집에 갔는데
찜만 나오고 김치가 없었다
김치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소주를 한 병만
먹기로 하고 두 병을 먹었다
분명히 쌀, 김치는
국내산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소주를 두 병이나 먹게 했다
대구뽈떼기찜을 먹으며
나는 기다림이 기다림으로만
끝나는 이번 겨울엔
꼭 청령포를 한 번 다녀오리라 생각했다
남들은 다 불그스름한
단풍이 오는데
어째 내게 오는 소식은
잠잠하다
잠잠, 잠잠한 것
그러나 나는
간혹 잠잠한 게 좋았다
궁핍한 자는
오래 슬프리라 생각했다
오래된 묵은지의 시큼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ㅡ성선경, 당나귀에게서
귀를 빼면 뭐가 남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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