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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백난작 ㅡ 본문

난작

겨울비, 백난작 ㅡ

난자기 2020. 12. 28. 21:38

겨울인데 비가 오네
우편함에 편지는 젖지 않겠지
편지가 젖으면

말이 얼룩이져 흘러내려
죽어갈거야
그러나 걱정하지마
우편함은 매일 비어있으니
젖을 편지는 없어

 

겨울비는 너무 처량해
풀은 이미 말랐고
잎을 떨군 나무도 뿌리를 닫은지 오래여서
겨울비는 곧 잘 길을 잃어버린대


찾는 이 없는

오래된 가수같이

늙은 성대로 추적추적 노래부르는
겨울비는

텅 빈 무대에서

길을 잃고
오지 않는 말들을 부르고 있어


"여보세요, 나에요"
"여보세요, 나에요"
"여보세요, 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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