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ing, 이윤택 ㅡ 본문
나는 ing를 사랑한다
죽음과 권태가 내 등을 떼밀었다
나는 아득한 땅 끝
초시간대를 꿈꾸는 마라토너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소지품은 가능한 줄여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질구레한 지상의 소유권들에 발목잡혀 있는가
갇힌 이미지의 감옥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가
부패하는 냄새가 권태를 낳는다 부패하는 풍경이
죽음을 허락하게 한다
지상의 사실적 구도에 갇힌 언어는 우리들 꿈의 근육을 녹슬게 한다 무소유가 최상이다
무조건의 감동이 필수적이다
무소속의 마라토너는
金배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ing를 사랑한다
천성대로 생각하며 달린다
(근래 그의 주변에는,
특히 뒤통수에서, 수런수런 일어나고 있는 물귀신들 소문적 진실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달린다
죽고 싶어 환장한 인간처럼
피를 말리는 시간과의 경주
가공할 식욕
끝없는 체력 소모전
그렇게 생체리듬을 타다가
발전기가 노후되어
툴툴거릴 때쯤이면
만세!
그는 너무 지쳐 죽는 줄도 모르고 상쾌하게 숨이 끊어질 것이다
달려라, 달려라, 백마야
ㅡ이윤택, ing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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