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민복 본문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진금지 / 김명기 (0) | 2022.01.25 |
---|---|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 Robert Frost (0) | 2022.01.14 |
저울 / 박종인 (0) | 2021.12.29 |
겨울 산 / 황지우 (0) | 2021.12.17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0) | 2021.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