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잔디 / 백난작 본문
흙을 품고 다시 서리라
짓밟히고 짓밟혀도 행복하였노라
지상의 어쭙잖은 영광 구하지 않았고
꽃피우는 일도 없이 옆으로 옆으로
모진 인연 줄줄이 엮어 놓았구나
평평한 푸른 세상을 만들기까지
여름의 긴 잎새는 괴로워했다
허리가 잘리는 순간에도
무논에서 익어가는 벼를 그리워했다
그 여름 폭풍은 옷깃으로 스쳐 지나갔고
성난 천둥은 속으로 스며들었다
흙을 품고 다시 서리라
짓밟히고 짓밟혀도 행복하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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