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늦은 항문기 / 백난작 본문
네 머리속에 무엇이 기어 다니는 거니?
많이 아픈 거니? 늑대처럼 짖지마
나도 아파
쓰레기를 가득 안고 살지
비워도 비워도
다시 차오르는 찌거기가
주인인양
온 몸을 돌고 있어
내안에 사는 다른 내가
나를 기둥에 꽁꽁 묶어 두었어
어떤 나를 원하는 거지
나도 내가 낮설기만 해
너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거 알아
나에게 너도 마찬가지야
우린 너무 꽉 차 있어서
서로를 붙들 수 없어
바람이라도 되어 볼까
늘 빈 곳을 찾는
이방인의 푸른 눈빛 같은 바람
마음 한 구석을 비워주면
나의 이방인이 되어 주겠니
그러면 나도 너의
타인이 될 수 있을런지 몰라
네 머리속에 무엇이 기어 다니는 거니?
많이 아픈 거니? 늑대처럼 짖지마
나도 아파
우리는 늦은 항문기를 지나는 중이야
'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괄호 밖으로 / 백난작 (0) | 2022.07.18 |
---|---|
잔디 / 백난작 (0) | 2022.07.07 |
쇠소깍 / 백난작 (0) | 2022.05.28 |
그 사람 참 이해할 수 없어 / 백난작 (0) | 2022.05.14 |
봄날 / 백난작 (0) | 2022.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