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쇠소깍 / 백난작 본문
그 섬에는
구멍이 숭숭 난 돌과
그 돌로 쌓아 올린
구멍이 숭숭 뚫린 담벼락과
구멍이 숭숭 난 해녀의 가슴이
떠 다니는 바다가 있다
오랜 세월 화(火)를 삭히고 삭혀
겨우 추스려낸 한 숨에
섬은 깨어나고
그 곳에
바람과 돌과 여자가 깃들었다
텅 비워내지 못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활화산의 꿈
오직 비움으로
담벼락은 모진 바람을 견디어
바위가 되었고
여자는
거센 바다가 되었다
쇠소의 끝으로
버려지는 것들의 흔적이 너절하다
바위를 할퀴고
땅을 두드리며 지나간 자리
테우 한 척
채 비우지 못한 생각을 싣고
땅끝으로 매달려 있다
'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디 / 백난작 (0) | 2022.07.07 |
---|---|
늦은 항문기 / 백난작 (0) | 2022.06.13 |
그 사람 참 이해할 수 없어 / 백난작 (0) | 2022.05.14 |
봄날 / 백난작 (0) | 2022.04.28 |
연두 / 백난작 (0) | 2022.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