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그 사람 참 이해할 수 없어 / 백난작 본문
"당신을 이해해요"라는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는 오만에서 나온다
오래된 철학적 논쟁이기도 하지만
존재는 자신의 주관적 사고의 틀에 의해 세계를 인식할 뿐
세계는 존재에 의해 구성된 피조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타자가 존재한는다는 것을 증명하는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하물며 타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넌세스다
다만 상대방의 의중을 자신의 생각에 비추어 유추할 뿐이다
"그 사람 참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이 오히려 당연하다
다른 사람을 섣불리 이해하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상이며 박물관에 코기리를 몰아 넣는일이다
"이해 "대신 "인정"을 하는 것이 어떨까?
들판에 핀 꽃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이 있고
그저 그런 느낌을 받는 이도 있고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고
못 보고 지나가는 이도 있다
그렇듯 모두 꽃의 존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꽃을 꺽어 곁에 두려 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다만 지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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