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햄릿과 자작나무 본문
노을빛 드리운 강가
가마우지 홀로 서성이다
물속 가만히 머리를 넣고
노을을 뒤척여 해를 낚아 삼켰다
뱃속에서 해가 서성이자
새는 덩달아 서성였고
서쪽 빈 하늘까지 새의 소리가 들렸다
해가 사라진 하늘은
노란 달을 두개나 낳았고
검은 숲 속에서 서성이던
굶주린 남자가 달 하나를 집어 먹었다
뱃속에서 달이 서성이자
그는 달을 보며 다시 서성였고
밤이 새도록 서성임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더 서성여야 겨울이 올까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면
자작나무 흰 가지위에서
눈처럼 포근히 잠들수 있을텐데
그러므로
바람의 서성임은 그치지 않을 것이고
세상은 또 서성일테니
잠든후에도
이 서성임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안다
햄릿과 자작나무 / 백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