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독방 본문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었지만
행복 속에 안녕이 없네
나는야 뭉게구름 같은 숲 가녘에
안내인마냥 외따로 선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사랑했지만
그 나무 오징어 다리 같은 뿌리 내놓고
길게 쓰러졌네
혼자 있는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
무엇이든 저지르고 마는 자이네
그의 몸은 그의 몸 이기지 못해
일어나지 않는 몸
기필코 자기를 해치는 몸이네
이 독방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독방
현관문 열고
방문 열고 들어서면
더 들어갈 데가 없는 곳에
그러나 더 열고 들어가야 할 문 하나가 어디엔가
반드시 숨어 있을 것 같은 곳에
쓰러지지 않고
침묵하지 않고
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더 단단한 독방 하나, 나는 믿었지만
그 꿈 같은 감옥
불 켜면 빛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 타는 듯한 벌판에서 눈 감는 사람은
또 다시 문 밖에 누워 잠드는 사람이네
ㅡ이영광, 독방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