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생의 접경지대 / 박정대 본문
낯선 날들이 다가오리
오래도록 떠돌던
마음의 국경
이제사 떠나왔으니
낯선 바람들이
몰고 가는 말발굽 소리
생의
접경지대를 떠도는데
처음보는 풀잎들과
처음 듣는
시냇물 소리
낯선 날들이 다가와
새롭게 천막을 치며
고요하고 섬세한
부족을 이루리
떠돎이 이루는
그때그때의 생이
소리없이 이어지리,
늑대들을 기르며
자작나무 숲을 지나
또
다른 생으로 나아가리
구름들과 함께
흙냄새와 더불어
바람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리
생은 움직이는 것,
바람과
더불어 나아가는 것
낯선 날들이 다가와
우리를 축복할 때
생의 변방을 떠돌던
마음이
이제사
마음의 국경을 버리고
바람속에 섰나니
그대는
흘러가는 구름
그대는
내 머리위에
흩날리는 낙엽
낯선 날들이 다가와
그대와 나는
생 속에서
사랑도 모르고 사랑하리
서로의 냄새에 취해
아,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하리
사랑하며 걸어가리
걸어가며 노래하리
마음의 국경선을 지나
이제사 우리,
가까스로
생의 접경지대에 당도했으니
ㅡ박정대,
생의 접경지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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