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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 카라바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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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 카라바조

난자기 2016. 2. 13. 21:07

 

 

▲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609~1610, 캔버스에 유채,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소년 다윗이 블레셋 장수 골리앗의 이마에 돌팔매를 명중시켜 죽인 뒤, 그의 머리를 들고 있다. 구약성서 <사무엘서> 17장에 나오는 이야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러나 웬일일까. 다윗의 표정은 승리감에 도취돼 있기는 커녕, 오히려 회한에 찬 표정이다. 한편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골리앗의 머리는 처참함 그 자체다. 생명이 다 빠져나간 창백한 얼굴에 돌에 맞아 피멍 든 이마, 미처 다 감지 못한 눈, 죽음의 순간에 부르짖었을 법한 비명의 흔적인 벌려진 입.
이 작품은 바로크시대 초기 대표적 이탈리아 화가인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1610)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로 알려진 그림이다. 이 그림이 충격적인 이유는 카라바조가 골리앗의 얼굴을 바로 자신으로 그려 냈기 때문이다.
 카라바조는 과연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을 예감했던 것일까. 그는 아마도 자책과 죄의식, 자학에 시달렸으리라. 그래서 그는 자신을 골리앗으로 표현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겸허함을 작품 속에서 형상화하려고 했을 터다. 그렇게 죄를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은총을 기원했을 것이다.

 

몇몇 평론가는 그림 속의 다윗 또한 젊은 시절의 카라바조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자화상을 경멸과 동정이 뒤섞인 눈으로 지켜보는 또 다른 자화상. 그 주장이 맞다면, 카라바조는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응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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