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그리운 죄 / 고재종 본문
산 아래 사는 내가
산속에 사는 너를 만나러
숫눈 수북이 덮인
산길을 오르니
산수유 고 열매 빨간 것들이
아직도 옹송옹송
싸리울을 밝히고 서 있는
네 토담집 아궁이엔
장작붓 이글거리고
너는 토끼 거두러 가고없고
곰같은 네 아내만
지게문을 빼곰히 열고
들어와 몸 녹이슈! 한다면
내 생의 생생한 뿌리가
불끈 일어선들
그 어찌 뜨거운 죄 아니랴
포르릉, 어치가 날며 흩어놓은
눈꽃의 길을
또한 나는 안다
ㅡ고재종, 그리운 죄ㅡ
그립단 말 함부로 한 내 죄 늦게 알았네외로움과 혼돈하여 마구 썼던 것까지도그러니 어쩌겠는가, 사람이 그리운 걸일부러 산 밑 먼 길 휘돌아 흐르는 강풍경 하나 멈춰 선 듯한 그 적막이 서러워서억지로 눈물 삼켰던 어릴 적 죄 키웠음도
- 그리운 죄 /박시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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