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눈 / 천양희 본문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ㅡ천양희, 눈ㅡ
신인 천양희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면 실수가 없다는데, 나는 열 번을 생각하고 한 번쯤 말하는데도 실수가 많으니 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철들고 싶지 않은 시인인가보다. 영원히 철들지 않고 가볍게 살고 싶지만 그건 아예 그른 것 같다. 영혼을 가진다는 것은 비밀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결코 가벼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밥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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