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랑시스 잠 본문
위대한 것은
인간이 하는 일들이니
나무통에 우유를 받는 일
꼿꼿하게 살을 찌르는
밀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새잎 돋은 오리나무 옆에
머물도록 지키는 일
......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아이들 곁에서
낡은 구두를 손질하는 일
......
빵을 굽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텃밭에 양배추와 마늘 씨를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ㅡ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ㅡ
인간이 하는일, 노동, 신성하구다,
가장 가치로운 인간의 노동이 자본과 탐욕에 눌려 종말을 고한다.
이제 인간의 노동도 동물원 동물들의 먹이질로 전락하려고 한다..
생산성과 효율의 논리, 그것 외의 모든 가치가 말살되고 있다..
시나브로 씨뿌리고 따듯한 달걀을 위해
노동이여..노동이여 영원하라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캔버스에 유채, 81cm x 114cm,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내가 농민화가라고 자처하는 이유는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야. 너도 분명히 알게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불리는 게 편안해. 또 내가 광부들, 토탄을 자르는 인부, 방직공, 농민들의 집에서 난로 옆에 앉아 생각하며 - 열심히 작업한 시간을 빼고 - 수많은 저녁을 보낸 것이 무용한 일이 아니었어. 온종일 농민생활을 관찰하면서 나는 거기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다른 것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밀레의 작품에 무관심한 일반인의 풍조가 예술가들뿐 아니라 그런 그림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고 했지. 나도 전적으로 동감해. 물론 밀레 자신도 그것을 느꼈고 알았지 ... 밀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에 한 말에 감동을 받았어 ... "그런 무관심은 내가 비싼 구두나 신사의 생활을 필요로 한다면 나쁘겠지만, 나는 나막신을 신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라는 것이었어. 정말 그렇게 되었지.
따라서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막신을 신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는 말, 즉 먹는 것, 마시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에서 농민이 만족하는 정도에 자신도 만족한다는 점이야. 밀레는 그것을 실천했고, 사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 꽤나 사치스럽게 살았던 사람들이 보여주지 않은 길을, 밀레가 인간으로서 화가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말하지만, 밀레는 아버지 같은 밀레야. 어떤 경우에도 젊은 화가들에게 조언자이고, 선도자였어. 내가 아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겠지. 아무튼 나도 밀레처럼 생각하고 그의 말을 완전히 믿고 있어.
밀레에 대해 이처럼 길게 쓰는 이유는, 도시화가들이 그린 농민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역시 파리 근교의 농민을 생각나게 할 뿐이라고 네가 지난번 편지에서 썼기 때문이야. 나도 같은 인상을 받았어 ... 이는 그 화가들이 인간적으로 농민생활에 깊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밀레는 또 말했지. 예술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 1885년 4월 13일경에 Vincent van Gogh가 동생인 Theo van Gogh에게 쓴 편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