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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김사인

난자기 2017. 1. 25. 19:13

거센 바람 속에
새가 난다
날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파득이는
저 혼신의 날개짓이
넓은 강
건널까
보기 두려워
건널까
저 거센 힘과 파득임 사이
아슬한 균형 박차고
기어이 나아갈까

날아
못 가고 몸 솟구쳐 이름없는 새
오른다
바람의 숨막히는 쇠그물의
끝을 향해 작은 새
피 묻어 오른다
유연한 포물산 아니라
예리한 비수로 새파랗게 날 서
수직으로, 온몸을 수직으로
솟구쳐
바람의 멱통을 쪼아, 쪼아
피투성이 육신으로
쪼아

살아
건널까 작은 새
죽음의 바람을 뚫고 넓은 강
몸은 벗어 장사지내도
그 선한 넋
예민한 부리와 남아
살아 건널까 저 새
기어이

ㅡ김사인, 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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