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조금 / 서정주 본문
우리 그냥 뻘밭으로 기어다니며
거이 새끼 같은 거나 잡아먹으며
노오란 조금에 취할 것인가
만나기로 약속했던
정말의 바닷물이
턱밑에 바로 들어왔을 땐
고삐가 안 풀리어 가지 못하고
불기둥처럼 서서 울다간
스스로히 생겨난 메누리발톱
아아
우리 그냥 팍팍하여
땀 흘리며
조금의 오름길에
해와 같이 저물을 뿐
다시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ㅡ서정주, 조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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