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윤회에 관하여 / 권혁웅 본문
이미숙은
천박하고 아름답고
이대근은
무식하고 힘이 셌다
'뽕' 얘기다
유명한 물방앗간 장면에서
이미숙이
오메, 되네,
소리칠 때마다
방아공이는
일이관지하고
방아는
건너편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이미숙이
방앗간에 가서
받아온 것은
옥으로 만든 반지였다
일이관지하는 것은
손가락이지만,
약속은
그 주변을 돌고 돈다
아무리 멀리
물줄기를 쏘아 보내도
방아는
언제나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질러가거나
에둘러 가거나
도무지
그 반지를
벗을 수가 없다
ㅡ권혁웅, 윤회에 관하여ㅡ
1925년 나도향이 발표한 단편소설 「뽕」을 윤삼육이 각색하고 이태원이 제작, 기획했다. ‘피막’(198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 등으로 폭넓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두용은 아름다운 한국적 풍광 속에 전개되는 서민들의 성을 원색적으로 그려낸다. 가난한 농촌에서 남편과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마을 사내들에게 몸을 파는 아내의 이야기는 토속적인 에로티시즘과 서정감이 돋보이면서도 해학적인 페이소스를 드러낸다. 이미숙은 농염한 성적 연기로 1986년 아태영화제와 제6회 영평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어 약 13만 7,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1986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4위에 올랐다.
1920년대 중반 일제 치하의 산간벽지. 고의적삼 안으로 비치는 까무잡잡한 살결의 안협(이미숙)은 용담골 사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염한 여인이다. 떠돌이 남편을 둔 그녀는 남편이 집안을 돌보지 않고 전국 노름판을 찾아 떠도는 동안 먹고살기 위해 동네 남자들에게 몸을 바치고 곡식을 얻어다 구차한 삶을 연명한다. 이러한 안협의 화냥끼 때문에 동네에선 뒷소리가 분분하지만 남자들이 거의 다 한 번씩은 그녀를 거친 터라 아무도 안협을 쫓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뽕지기, 폐병쟁이에게까지 몸을 내돌리면서도 왠지 안협은 주인의 머슴 삼돌이에게만은 죽어도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앙심을 품고 있던 삼돌이 모처럼 집에 들른 안협의 남편 삼보에게 안협의 방종한 행실을 고자질한다. 그러나 삼보는 도리어 일러바치는 삼돌을 넙치가 되도록 두들겨 패준다. 그리곤 안협이 내어준 새 옷을 갈아입고 어디론가 표연히 떠난다. 그는 노름꾼을 가장하여 전국을 잠행하는 항일투사였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삼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안협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용담골 전경엔 어둠이 짙게 깔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뽕 [Mulberry]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2011. 4. 20., 마로니에북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 / 이형기 (0) | 2017.03.02 |
---|---|
우리는 / 최승자 (0) | 2017.02.28 |
비 / 이형기 (0) | 2017.02.27 |
하루 종일 / 최승자 (0) | 2017.02.24 |
소주병 속에도 시간이 흐르고 있다 / 한영숙 (0) | 2017.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