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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이형기

난자기 2017. 2. 27. 11:00

적막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먼 산 변두리를
슬며시 돌아서
저문 창가에 저물 때
저버린 일상
으슥한 평면에
가늘고 차가운 것이
비처럼 내린다
나직한 구름자리
타지 않는 일상......
텅 빈
내 꿈의 뒤란에
시든 잡초 적시며
비는 내린다
지금은 누구나
가진 것
하나하나
내놓아야 할 때
풍경은 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산
적막강산
그저
이렇게 저문다
살고 싶어라
사람
그리운 정에 못이겨
차라리
사람 없는 곳에 살아서
청명과 불안
기대와 허무
천지에 자욱한
가랑비 내린다
아,
이 적막강산에
살고 싶어라

ㅡ이형기, 비ㅡ




적막강산에 살 수 있는 사람은
적막을 모르는 사람이다
오른손
왼손까지는 되는디
너무손 까지 아는 놈은
몬 사는 동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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