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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정호승 본문

수선화에게 / 정호승

난자기 2017. 4. 17. 15:49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







흐르는 강은
한번도 같은 강이 될수가 없듯이
좋은 시간, 같이하지 못하믄
서로 다른 강물 위에 서서
우리는 다 같은 강물 위에 서있는 거와 같다는
허무한 구라 밖에 칠 수 밖에 없다

시간은 엄중하고 엄중하여
그 누구에게나 고통을 고루 분배한다
시차만 있을 뿐
고통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같은 것이다

날은 저물고 함께할 시간은
모래시계 상층 처럼 점점 소진 되고 있는데,
동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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