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처음 만나던때 / 김광규 본문
조금만 가까워져도 우리는
서로 말을 놓자고 합니다
멈칫거릴 사이도 없이
-너는 그 점이 틀렸단 말이야
-야 돈좀 꿔다우
-개새끼 뒈지고 싶어
말이 거칠어질수록 우리는
친밀하게 느끼고 마침내
멱살을 잡고
싸우고
죽이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경어로 인사를 나누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뒤돌아볼 줄 모른다면
구태여 인간일 필요가 없습니다
먹이를 향하여 시속 140km로 내닫는
표범이 훨씬 더 빠릅니다
서먹서먹하게 다가가
경어로 말을 걸었던 때로
처음 만나던 때로 우리는
가끔씩 되돌아가야 합니다
-김광규
처음 만나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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