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본문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지독하게 가난한 미혼모에게 태어나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어릴땐 맞거나 굶는게 다반사였다.
10대에 할아버지를 찾아 아버지의 고향으로 갔을 때, 그곳에서 삼촌과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열세살에 출산과 동시에 미혼모가 되었지만 아이는 태어난지 2주만에 죽었다.
마약중독자인 애인에게 사랑받기위해 자신도 마약을 상습복용했다.
스트레스를 받을때 마다 먹어 107kg의 몸무게를 가졌다.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하고 엉망진창인 삶이 있을까 싶지만........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전세계 1억4천만 시청자를 웃고 울리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원프리 입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처절한 절망들도 많겠지요
그러나 사실 이러한 절망들도 인생이라는 장르의 연극에 자주 등장하는 레파토리입니다
사람들이 잘 가질려고 하지 않는 악세사리 입니다
때때로 극중에서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절망이라는 족쇄가 채워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인생극 자체가 절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바닥이라는게 없을 수 도 있습니다
절망의 반대는 희망이 아닙니다
알베르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서 반항하는 인간상을 그립니다
바위를 굴려 산 정상에 올리면 다시 어김없이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시 골짜기를 내려오는 시지프는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반항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바위는 다시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려집니다
다시 떨어지고 밀어 올리기가 무한 반복됩니다
이 순간 자신의 대한 절망이나 신에 대한 원망은 없습니다
"그가 꼭대기를 떠나 신의 소굴을 향하여 조금씩 더 깊숙히 내려가는 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더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오프라 윈프리도 자기의 바위를 수도 없이 밀어 올렸을 것 입니다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세지는 않았겠지요
다만 불면의 의식의 시간동안 대상을 알 수 없는 불타는 반항과 용기가
바위를 밀어 올리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백난작-
Simon & Garfunkel - Bridge over troubled 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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