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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지도 / 황동규

난자기 2017. 9. 25. 11:37

옛 지도를 넘기다 보면
그냥 들이라 적힌 곳
하 전엔 그런 곳들이
무작정 들어간다
가슴에 차는 풀 위로
나비들이 갓 풀먹인
날개를 달고 날고 있다
잠자리 줄지어 뜨는
숨은 못이 있어
물 속에 사타구니 담근 채
부들이 모여 수근대고
마름이 가득 떠 있다
마름을 헤치며
개구리 하나 헤엄치고
바싹 물뱀이 따른다
눈뜨면
그냥 들 야,
개구리가 먹혔는가,
안 먹혔는가?
눈 다시 감으면
개구리가
풀섶에 뛰어오른다
뱀은?
크고 작은 삶들이
모두 촉촉하다
뒤돌아보라
증발시킬 시간마저 없는
인간들,
우리의 지금 삶!
잠시
되돌아보라

ㅡ황동규, 옛 지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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