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용서의 의자 / 정호승 본문
나의 지구에는
용서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의자에 앉기만 하면
누구나 용서할 수 있고
용서 받을 수 있는
절대고독의 의자 하나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가
해질녘
어느 작은 별에 앉아 있던
의자도 아니고
법정스님이
오대산 오두막에
홀로 살면서
손수 만드신
못생긴 나무의자도 아닌
못이 툭 튀어나와
살짝 엉덩이를 들고
앉아야 하는
앉을 때 마다
삐걱삐걱
눈물의 소리가 나는
작은 의자 하나
누군가가 만들어놓고
다른 별로 떠났다
ㅡ정호승, 용서의 의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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