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슬픈시 / 서정윤 본문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 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있다
ㅡ서정윤, 슬픈 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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