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안개의 나라 / 김광규 본문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 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김광규, 안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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