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그루터기 / 박승민 본문
벼를 베어낸 논바닥이 누군가의 말년 같다
어느 나라의 차상위계층
안방 속 같다
겨울 내내
그루터기가
물고 있는 것은
살얼음 속의 푸르던 날
이 세상
가장 아픈 급소는
자식새끼가 제 약점을
고스란히 빼다 박을 때
그래서 봄이 오면
농부는 자기 생을
이식한 흉터를
무자비하게 갈아엎고 논바닥에 푸른색
도배를 하는 것이다
등목을 하려고
수건으로 탁, 탁
등을 치는 순간
감쪽같이
그의 등판에 업혀 있는
그루터기들
ㅡ박승민, 그루터기 ㅡ
뚜벅,뚜벅,.,.,
만들어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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