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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 박승민

난자기 2017. 12. 1. 13:07




벼를 베어낸 논바닥이 누군가의 말년 같다
어느 나라의 차상위계층
안방 속 같다

겨울 내내
그루터기가
물고 있는 것은
살얼음 속의 푸르던 날

이 세상
가장 아픈 급소는
자식새끼가 제 약점을
고스란히 빼다 박을 때

그래서 봄이 오면
농부는 자기 생을
이식한 흉터를
무자비하게 갈아엎고 논바닥에 푸른색
도배를 하는 것이다

등목을 하려고
수건으로 탁, 탁
등을 치는 순간
감쪽같이
그의 등판에 업혀 있는
그루터기들

ㅡ박승민, 그루터기 ㅡ

뚜벅,뚜벅,.,.,

만들어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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