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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러하게 / 김해자

난자기 2017. 11. 30. 10:48




밤새 비 내린 아침
옥수수 거친 밑둥마다
애기 손톱만한 싹이 돋아났다
지가 잡초인 줄도 모르고
금세 뽑혀질 지도 모르고
어쩌자고 막무가내로 얼굴 내밀었나
밤새 잠도 안 자고
안간힘을 썼겠지
온몸 푸른 심줄 투성이 저것들
저 징그러운 것들 생각하니 눈물난다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게 솟아오른
저 작은 생 앞에
내 시끌벅적한 생애는
얼마나 가짜인가
엄살투성인가
내가 인간으로 불리기 전에도
내 잠시 왔다 가는
이승의 시간 이후에도
그저 그러하게 솟았다
스러져 갈 뿐인 네 앞에
너의 부지런한 침묵 앞에
이 순간 무릎 꿇어도 되겠는가

ㅡ김해자, 스스로 그러하게ㅡ

스스로
그러하게

굳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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