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기러기 / 김면우 본문

기러기 / 김면우

난자기 2017. 12. 29. 11:31

저 새들은 어디서 오느냐고
아이가 물었다
세상 저 끝에서 온다고
말해주었다

저렇게
떼지어 가는 거냐고
아이가 또 물었다
세상 저 끝으로 가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럼 어디가 세상 끝이냐고,
이번엔 정색하며 올려다 본다
잠깐 궁리 끝,
기러기 내려앉는 곳이겠지,
하고 둘러댔다

호숫가 외딴 오두막 가까이
키보다 높은 갈대들
손 저어 쉬어 가라고
기러기 부르는 곳
저녁 막 먹고 나란히 서서
고개 젖혀 하늘 보며
밭고랑에 오줌발 쏘던
깊은 겨울

ㅡ김면우, 기러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십리 / 박목월  (0) 2017.12.29
스타더스트 / 이상은  (0) 2017.12.29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 정현종  (0) 2017.12.26
서릿발 / 송종찬  (0) 2017.12.22
아비 / 오봉옥  (0) 201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