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기러기 / 김면우 본문
저 새들은 어디서 오느냐고
아이가 물었다
세상 저 끝에서 온다고
말해주었다
저렇게
떼지어 가는 거냐고
아이가 또 물었다
세상 저 끝으로 가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럼 어디가 세상 끝이냐고,
이번엔 정색하며 올려다 본다
잠깐 궁리 끝,
기러기 내려앉는 곳이겠지,
하고 둘러댔다
호숫가 외딴 오두막 가까이
키보다 높은 갈대들
손 저어 쉬어 가라고
기러기 부르는 곳
저녁 막 먹고 나란히 서서
고개 젖혀 하늘 보며
밭고랑에 오줌발 쏘던
깊은 겨울
ㅡ김면우,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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