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민복 본문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ㅡ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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