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묵집에서 / 장석남 본문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ㅡ장석남, 묵집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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