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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 공광규 본문

거짓말 / 공광규

난자기 2018. 6. 8. 19:19




대나무는 세월이 갈수록
속을 더 크게 비워가고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썩히며 텅텅 비워간다
혼자 남은 시골 흙집도
텅 비어 있다가
머지않아 쓰러질 것이다

도심에 사는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도
머리에 글자를
구겨 박으려고 애쓴다
살림집 평수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친구를 얻으려고
술집을 전전하고
거시기를
한 번 더 해보려고
정력식품을 찾는다

대나무를
느티나무를 시골집을 사랑한다는 내가
늘 생각하거나
하는 짓이 이렇다
사는 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내가 다 알면서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를
얼른 패 죽여야 한다

ㅡ공광규, 거짓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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