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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최인훈

난자기 2018. 7. 26. 16:28

푸른 광장은 어디에

내가 「광장」의 구상을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의 4·19혁명으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와 내가 1945년에서 1950년까지 북한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50년에 월남할 때 고교생이었던 내가 북한에서 겪을 수 있었던 생활은 그만한 것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나는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생활의 경험과 1960년까지 10년 동안의 생각이 어우러져서 내가 사는 이 시간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결과가 「광장」이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 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꽃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산으로 치장이 된 광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똑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 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앉아서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최인훈은 「광장」을 1961년 <정향사>를 통해 단행본으로 선보인 뒤, 1968년 <신구문화사>의 『현대 한국문학 전집』을 거쳐, 1973년 <민음사>를 통해 다시 내놓고, 197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집을 출간할 때 다시 펴냈다. 1973년판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명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있다.

나는 12년 전, 이명준이란 잠수부를 상상의 공방(工房)에서 제작해서, 삶의 바닷속에 내려보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사랑’이라는 심해의 숨은 바위에 걸려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인훈 [崔仁勳] - 지식인 계보 소설의 맨 윗자리에 서다 (나는 문학이다, 2009. 9. 9., 나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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