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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윤동주

난자기 2018. 10. 3. 23:46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ㅡ윤동주, 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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