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나의 파란가을 / 백난작 본문
나의 파란가을은
언제나 구름속에 숨어있었다
바람이 불면
스치듯 나타나는
가을을 끝내 붙잡지 못했다
가을은
치장하지 않았다
다시 초록을 바라지도 않았다
모든 잉태하는 것들을
땅으로 쏱아 버렸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묘지의
비석처럼
비를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서있다
짧은 풍요 뒤에
남겨진
이 죽음같은 공허를
품고 서있다
살점은 말라
갈라지고 터지고
머리털 하나 남지 않은
해골같은 몰골로
너는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하려 하느냐
무슨 꿈을 꾸고 있느냐
나의 파란 가을아
파란 고독아
나의 파란 가을은
떠나가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비틀거리며
내곁에 스쳐가는 가을을
끝내 눈치채지 못햇다
나의 파란 가을을 ᆢ
나의 파란가을 / 백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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