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절벽 갈래 바다 갈래 / 이병률 본문
절벽 갈래 바다 갈래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한무리의 사람들 속에서 들리는 말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둘 다 갈래
알고 보니 절벽이라는 이름의 술집이란다
술집 이름이 바다란다
어둠을 대상으로
술을 마셔야 할 사람들은
절벽이란 말이 바다라는 말이
신(神)의 이름 같다
절벽 혹은 바다는
사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에나 있어도 무방하다
절벽 가자 하는 것은
절벽 끝에 서서
일렁이자는 것이 아니고
바다 가자 하는 것은
바다에 몸 담그러
가자는 말이 아닐진대
한밤에 그 말을 들으며
몸을 세우고 마는 당신 혹은 나
늦은 시간 묵묵히 그곳을 향하여
패를 던지자는 것이다
당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절벽 혹은 바다로 가서
저 허공으로 던져진
당신 혹은 나를
발버둥치는 몸짓을 낚아채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저 먼 곳 어둠속
허공 어딘가로부터
여린 기타소리 같은
가닥이 잡혀와서 그 멀리에
딱딱한 잡을 것이 있으리라는
가정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절벽 혹은 바다란 말은
그리하여 한밤중에 독으로 피거나
혹은 꽃으로 피어나 물들이는 것이다
흘러가는 것이다
ㅡ이병률, 절벽 갈래 바다 갈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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