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황홀한 이별주 / 김선태 본문
팔순어머니는
작심한 듯 곡기를 끊은 채
열흘째 되던 날
자식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씀 하셨다
"소주 한 잔만 따라 다오"
빈속에 소주는
독약과 마찬가지
당신의 질긴 목숨을
그렇게 갈무리 하려는
모진 결단이었다
"너희들도 한 잔씩 따라 마시거라"
우리는 흐느끼며
서로의 술잔을 들이켰다
어머니는
그렇게 목숨을 삼키셨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이별주였다
ㅡ김선태, 황홀한 이별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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