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구멍가게 중독자를 위로함 / 이영광 본문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빈 곳,
토해도
나오지 않는 빈 것들과
끝장을 봐버리자고
간밤엔
구멍이 되어
사방으로 끓어넘쳤다
이 동네 아침엔
아직 막히지 않은
샘이 하나 있지
목말라
지폐 몇장 묻은 손을
집어넣으면
생수와 생약과
반짝이는 동전들을
게워주지
차고 시원한
구멍들을 팔지
작은 나뭇잎을
식혀주는
큰 나뭇잎처럼
저녁이 오면,
피가 마른다
구멍가게는
또 몸을 덜덜 떠는
기쁨들에게 병을,
끝장을 팔려고
불을 켠다
작은 나무들을
말려 죽이는
큰 나무처럼
ㅡ이영광, 구멍가게ㅡ
중독자를 위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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