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빠삐용 / 유하 본문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수재(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ㅡ유하, 빠삐용ㅡ
※
착한 늑대가 센가요
나쁜 늑대가 센가요
인디안의 이야기다
답은
네가 먹이를 준 늑대란다
우리는 누구에게 먹이를 주었을까?
드가?
삐용이? .... [박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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