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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의 인생공부 / 최승자

난자기 2019. 4. 18. 22:34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함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 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 X X 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ㅡ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공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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