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콩나물의 물음표 / 김승희 본문
콩에 햇빛을 주지 않아야
콩에서 콩나물이 나온다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긴 기간 동안
밑빠진 어둠으로 된 집,
짚을 깐 시루 안에서
비를 맞으며
콩이 생각했을 어둠에 대하여
보자기 아래 감추어진
콩의 얼굴에 대하여
수분을 함유한 고온다습의
이마가 일그러지면서
하나씩 금빛으로 터져나오는
노오란 쇠갈고리 모양의
콩나물 새싹,
그 아름다운 금빛 첫 싹이
왜 물음표를 닮았는지에 대하여
금빛 물음표 같은 목을
갸웃 내밀고
금빛 물음표 같은 손목들을
위로위로 향하여
검은 보자기 천장을
조금 들어올려보는
그 천지개벽
콩에서 콩나물로 가는
그 어두운 기간 동안
꼭 감은 내 눈 속에
꼭 감은 네 눈 속에
쑥쑥
한시루의 음악의 보름달이
벅차게 빨리
검은 보자기 아래
- 우리는 그렇게 뜨거운 사이였다
ㅡ김승희, 콩나물의 물음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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