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봄비 내리고 / 백난작 본문
마당 한 가운데
하루 한 치씩 키를 늘려
하늘을 떠 받쳐온
반고(盤古) 닮은 소나무
비에 젖어
하늘을 생각하고,
비가 성가신 개는
제 집안에 넙죽 엎드려
어제 먹다 버린 빵에 대해
주인에 대해
생각하고,
봄비 내리고
언 땅밑에서 들려오는 벌때같은 아우성이
생각을 웅웅 지우고
필시 머지않아 산꽃들 내려와
내 작은 마당에
생각을 가득 부어놓을 것이라
생각하고
봄비 내리면 / 백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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