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백난작, "저 집에 언제가요?" ㅡ 본문
"선생님 저 집에 언제가요?" bj는 하루 종일 이런 질문만 하고, 나는 하루 종일 똑같이 저렇게 답변한다 bj는 20대후반의 잘생기고 건강한 청년이다 전전하다가 몇 년 전 이곳으로 입소하였다 bj의 부모인들 얼마나 아들의 치유를 바라고 애를 쓰고 노력을 했겠는가 그런 아들이 안쓰러웠는지 bj의 부모님은 그전에는 이따금 집에 데려가서 일주일정도 같이 지내다가 다시 데려오곤 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bj는 집에 갈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고 때마침 코로나가 덮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코로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bj에게 무료함과 함께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하고 있었는지 만나는 선생들마다 집에 언제 가는지 묻기 시작했다. “선생님 코로나 언제 끝나요”라는 말은 bj가 하루 중에 하는 말의 전부일 정도였다 bj는 그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근무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bj가 앞을 가로막고서는 구걸하듯이 애절하게 물었다 내가 화를 내자 다소 움츠려 들었지만 자기 할말은 잊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피곤을 쓸어낼 요량으로 욕실에서 뜨거운 샤워를 했다 영화채널에서 옛날 영화가 나왔다. 소파에 기대어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순간 갑자기 “제이콥의 거짓말”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1974년 폴란드 출신작가 유레크 베커의 작품을 프랭크 마이어 감독이 영화화해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39년 폴란드를 점령한 나치독일군은 로츠에 사는 모든 유대인들을 재산을 모두 압수 한 채 집단거주지역에 몰아넣고 외부세계와 차단시킨다. 그들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죽임을 당할 때까지 노동을 제공하는 노예로 봉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들 중에는 야콥 하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독일군 본부 주위에서 우연히 러시아군대가 400킬로밖 인근까지 진격해왔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내가 라디오가 한 대 있는데 곧 독일은 연합군에 패배할 것이고 우리는 해방될 거라는 뉴스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자 야콥은 자신이 하는 1그램의 거짓말이 1톤의 희망을 만들어낸다는 것과 그래서 수많은 동료들이 그곳에서 쓰러지거나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bj에게 주어진 현실은 발달장애인 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과 가끔씩 가던 집을 이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현실들 모두 자신의 과오는 아닐진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동안 겪어야 하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받는 고통은 모든 사회공동체가 성찰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그 자신의 삶의 태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 bj는 자기 앞에 놓여진 현실이 자기 힘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과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과 싸우는 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그 방법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설사 집에 갈 수 없더라도 마치 집에 갈 수 있는 것처럼 끝까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시지프스가 굴러 떨어진 바위를 끊임없이 다시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듯, “코로나 언제 끝나요?”라는 반복되는 질문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해결방식이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인 것이다. 어떤 때는 애절하고, 어떤 때는 장난스럽고, 또 어떤 때는 분노에 찬 바람처럼 토해내는 질문들은 그의 한이고 생명인 것을 진작에 눈치 체지 못한 내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반백이 넘어가는 동안 나의 인생에서 한번이라도 그렇게 집요한 적이 있었던가? bj는 내일도 "저 집에 언제가요?" 라고 물어올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도 bj는 제2, 제3의 코로나를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결코 쓰러지지 않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는 생존자가 될 것이다
“선생님! 집에 언제가요?” “ 응 코로나 끝나면 바로 갈 거야” 질문이 계속되는 한 야콥의 거짓말도 계속 될 것이다 |
ㅡ 백난작, "저 집에 언제가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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