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봄날 옛집에 가다 / 이상국 본문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 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 몸으로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서는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리 가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 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ㅡ이상국, 봄날 옛집에 가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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