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빈 집, 기형도ㅡ 본문

빈 집, 기형도ㅡ

난자기 2020. 6. 13. 17:22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놀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없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ㅡ 기형도, 빈 집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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